잠 못 잔 아침, 커피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밤새 뒤척이다 겨우 눈을 붙인 다음 날, 출근길에 습관처럼 손이 가는 게 커피입니다. 빈속에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부터 들이켜야 정신이 드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습관이 아침 식사 후 혈당 반응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
영국 배스대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29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조건을 비교했습니다. 평소처럼 8시간 잔 뒤 뜨거운 물을 마시는 조건, 밤새 한 시간마다 5분씩 깬 뒤 뜨거운 물을 마시는 조건, 같은 방식으로 잠을 설친 뒤 카페인 300밀리그램이 든 블랙커피를 마시는 조건이었습니다. 음료를 마시고 30분 뒤에는 포도당 75그램을 섭취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포도당을 먹은 이후에 갈렸습니다. 잠을 설친 뒤 커피를 마신 조건의 2시간 혈당 증가 면적은 196.6으로, 같은 조건에서 뜨거운 물을 마신 130.3보다 약 50.9퍼센트 컸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혈당 수치 자체가 50퍼센트 뛴 게 아니라, 2시간 동안 혈당이 기준치보다 얼마나 높게,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를 합산한 값이 그만큼 컸다는 뜻입니다.
| 조건 | 2시간 혈당 증가 면적 |
|---|---|
| 평소 수면 + 물 | 153.1 |
| 수면 방해 + 물 | 130.3 |
| 수면 방해 + 블랙커피 | 196.6 |
평소처럼 잔 뒤 물을 마신 조건과 잠을 설친 뒤 물을 마신 조건 사이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한 시간마다 살짝 깬 정도로는 다음 날 포도당 처리 능력이 뚜렷하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문제가 커진 건 여기에 카페인이 더해졌을 때였습니다.
이 결과, 아침 식사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까
실험에서 쓴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뜨거운 인스턴트 블랙커피였고, 참가자가 마신 것도 단백질과 지방이 섞인 식사가 아니라 포도당 75그램이었습니다. 참가자 평균 연령도 21세로 젊은 편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충분히 잔 뒤 커피를 마시는 조건은 아예 실험에 없었기 때문에, 혈당 반응이 커진 게 커피만의 영향인지 수면 부족과 카페인이 겹친 결과인지도 이번 연구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직장인이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아침 순서
잠을 설친 아침이라면 커피부터 마시기보다 물을 먼저 마시고, 식사를 할 때도 순서를 신경 써보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채소나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으면 식후 혈당 상승이 완만해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샐러드나 달걀을 먼저 먹은 뒤 빵이나 밥을 먹고, 커피는 식사 중간이나 식사를 마친 뒤에 마시는 순서가 빈속에 진한 커피부터 마시는 것보다 혈당 부담을 줄이는 방향입니다.
한 번의 혈당 상승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연구진은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하면서, 인슐린 작용과 근육의 포도당 흡수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는 커피 한 잔이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번의 급성 반응과 수년에 걸친 커피 섭취 습관의 영향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연구도 연속혈당측정기가 아니라 정맥혈 채취로 측정한 결과라, 개인이 스마트워치나 CGM에서 확인한 한 차례의 혈당 상승을 곧바로 이 결과와 연결하기도 어렵습니다.
커피를 마신 뒤 비슷한 혈당 반응이 반복된다고 느껴진다면, 전날 수면 상태와 커피를 마신 시각, 식사 내용을 함께 기록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A
Q1.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똑같이 혈당에 영향을 주나요.
이번 실험은 뜨거운 인스턴트 블랙커피로 진행됐습니다. 카페인 함량과 온도가 다른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Q2. 잠을 잘 잔 날 마시는 커피는 문제없나요.
이번 실험에는 평소처럼 잔 뒤 커피를 마시는 조건이 없어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문제가 된 건 수면 부족과 카페인이 겹친 상황이었습니다.
Q3. 카페인이 적은 커피라면 괜찮을까요.
실험에 쓰인 카페인 양은 약 300밀리그램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카페인 양이 적으면 반응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연구로 확인된 내용은 아닙니다.
Q4. 혈당 반응이 커졌다는 게 당뇨병 위험이 높아졌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일시적인 급성 반응이며, 이 결과만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Q5. 잠을 설친 날 아침을 아예 거르는 게 나을까요.
이번 연구는 공복 상태에서 커피를 먼저 마시는 순서를 문제 삼은 것이지, 식사 자체를 거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반복적으로 신경 쓰이는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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