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증상, 서양과 '이것'이 다르다? 조발성 치매의 숨겨진 얼굴
여러분, 혹시 치매하면 '기억력 저하'부터 떠올리시나요? 물론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하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찾아오는 치매도 있습니다. 바로 '전두측두엽치매(FTD)'인데요. 최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이 전두측두엽치매를 앓는 한국인 환자의 증상이 서양 환자들과 뚜렷하게 다르다는 매우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한 것을 넘어, 한국인에게 맞는 조발성 치매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는 팩트입니다.
조발성 전두측두엽치매, 젊은 나이에 찾아오는 치매의 실체
전두측두엽치매는 주로 50대에서 60대 초반, 그러니까 만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퇴행성 치매입니다. 그래서 '조발성 치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치매의 특징은 일반적인 알츠하이머와 달리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 감정 둔화, 언어 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요, 어제 일을 잊어버리는 것보다 사람이 갑자기 성격이 변하거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전두측두엽치매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우측 측두엽 변이 전두측두엽치매(rtvFTD)를 아시나요?
전두측두엽치매 안에서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요, 특히 '우측 측두엽 변이 전두측두엽치매(rtvFTD)'는 익숙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인식장애'나 감정 반응이 현저히 줄어드는 증상이 두드러집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rtvFTD는 아직 국제적으로 통일된 진단 기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진은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제안된 진단 기준을 한국인 환자들에게 적용해보고 그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내 11개 병원에서 모집한 225명의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양 진단 기준이 한국인 환자의 실제 임상 양상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인 FTD 환자에게서 두드러진 '탈억제' 증상
가장 주목해야 할 연구 결과는 바로 한국인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임상 증상의 차이입니다.
서양인 환자들과 한국인 환자 모두에게서 '얼굴인식장애'는 공통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은 이 치매의 핵심 증상 중 하나인 것이죠.
하지만 다른 증상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환자들은 서양 환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억장애, 우울증, 공감 능력 저하, 강박적 사고 등은 적게 나타났습니다.
대신, '탈억제' 증상이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되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탈억제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충동적인 언행과 행동을 참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내거나, 불필요한 농담을 하거나, 충동적인 소비나 행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뇌 영상이 보여주는 한국인의 특징적인 위축 패턴
뇌 영상 분석 결과도 이러한 임상적 차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얼굴 인식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는 우측 측두엽 및 방추회 부위의 위축 패턴이 한국인 환자에서도 명확하게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치매의 유형을 시각적으로 확인해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한국인 환자는 얼굴인식장애는 보이지만, 기억력 저하와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기존 서양 진단 기준(ADT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rtvFTD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감정이 둔해지는 변화를 단순히 '나이 들면서 성격이 변했네'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형 진단 기준 개발의 필요성과 미래
이번 연구는 국가 주도로 구축한 코호트(동일 특성을 가진 집단) 연구가 실제 진단 기준 검증에 활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한국인의 임상 양상, 즉 한국인 환자들이 보이는 특징적인 증상 패턴을 정확하게 반영한 새로운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탈억제 증상이 상대적으로 많고, 기억력 저하가 적은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다면, 조기에 더 많은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앞으로도 국가 단위 코호트의 장기 추적 연구를 지속하여 임상 현장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 근거를 꾸준히 생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가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환자들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받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나 부적절한 행동,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치매의 숨겨진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인 자문이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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