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190만 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30~40%는 수술 후에도 재발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친숙한 진통제이자 해열제인 아스피린이 바로 이 대장암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대장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장암재발낮추기


PI3K 유전자 변이에 주목한 혁신적인 연구

이번 연구는 대장암 환자 중에서도 PI3K 유전자 변이를 가진 그룹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PI3K는 대장암 재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진은 2,980명의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변이를 가진 1,103명을 선별했습니다. 이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매일 아스피린 160mg을, 다른 그룹에게는 위약을 3년간 복용하게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CT와 MRI 영상으로 대장암 재발 여부를 확인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은 위약 복용 그룹보다 재발 위험이 무려 55%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약물의 효과를 입증한 것은 대장암 치료의 맞춤형 접근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학적 원리

그렇다면 아스피린이 어떻게 암세포의 재발을 막는 걸까요? 그 핵심은 바로 혈소판에 있습니다. 우리 몸의 혈액을 구성하는 혈소판은 혈액 응고를 돕는 역할을 하지만, 암세포는 이 혈소판을 '방패' 삼아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교묘한 전략을 사용합니다. 암세포와 뭉쳐 면역체계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것이죠.

아스피린은 혈소판의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혈소판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암세포가 혈소판과 결합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과적으로 암세포의 '방패'가 사라지게 되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스피린이 가진 항혈소판 기능이 암 재발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셈입니다.


최초의 합성 의약품, 아스피린의 재발견

아스피린은 1897년 독일 바이엘 연구소의 펠릭스 호프만 박사가 개발한 최초의 합성 의약품입니다. 원래는 해열, 진통제로 사용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발표되었죠. 그리고 이번 대장암 연구는 아스피린의 효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스피린은 만능약처럼 보이지만, 부작용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한 환자 중 52명에게 위장관 출혈, 알레르기 반응, 심부정맥 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 환자는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심부정맥에 피떡이 생기는 질환으로, 아스피린의 항응고 작용이 오히려 혈액 응고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스피린 복용 전,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이번 연구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환자, 특히 PI3K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이 존재하며,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유전자 변이 유무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장암 환자분이라면 이 연구 결과에 희망을 가지되,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아스피린 복용이 적합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임의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아스피린은 단순한 진통제를 넘어, 특정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의약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의학계에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자문이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