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인은 유난히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아) 사랑이 각별합니다. 사계절 내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우리가 습관처럼 마시는 이 차가운 음료가 우리 몸과 마음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원하다’는 감각을 넘어, 음식과 음료의 온도가 우리의 정신 건강과 소화 상태를 좌우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것입니다.

장건강


연구 분석 차가움과 따뜻함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

여름철 차가운 음료 섭취와 아시아인의 불안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 공중보건 대학 연구진은 영국 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우리가 간과했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212명과 백인 203명을 대상으로 차갑거나 뜨거운 음료와 음식 섭취 빈도와 함께 우울, 불안, 불면증, 위장관 증상(가스, 복부 팽만)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계절별 음료 온도에 따른 인종별 건강 변화를 관찰한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인 참가자 그룹에서 눈에 띄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여름철 차가운 음료 섭취량이 많을수록 불안 증가, 수면 장애, 복부 팽만감 호소가 더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불면 점수가 평균 1.26점이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유독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아아’가 단순히 카페인 문제뿐 아니라, 차가운 온도로 인해 정신적 안정과 장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겨울철 따뜻한 음료의 위로 우울증 개선 및 수면 질 향상

반면, 따뜻한 음료의 긍정적인 효과도 입증되었습니다.

백인 참가자의 경우, 겨울철 따뜻한 음료를 많이 섭취할수록 우울 수준이 낮고, 수면의 질이 개선되며, 소화기 증상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뜻한 음료 섭취량이 가장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 대비 우울 점수가 평균 1.73점 낮았습니다.

이는 따뜻한 음료와 음식이 정신 건강과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고대 아시아 전통 의학의 지혜가 현대 과학으로 입증된 것입니다. 따뜻한 온기가 몸의 순환을 돕고, 자율신경계에 안정감을 주며, 소화기관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냉기에 취약한 사람들 혈액순환과 장 건강의 상관관계

손이 찬 사람에게 더욱 위험한 냉 음료

연구진은 특히 “손이 차다”고 보고한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차가운 음식/음료의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책임 저자인 우톈잉 부교수는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사람은 특히 냉한 음식 섭취에 취약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동양 전통 의학에서 말하는 ‘냉기(冷氣)’ 개념과 일맥상통합니다. 몸이 차가운 상태, 즉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내부 장기까지 온도가 떨어져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소화 불량, 복부 팽만 등의 위장관 증상과 함께 불안, 불면과 같은 정신적 증상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일상 속 건강 선택에 대한 광범위한 시사점

서구 영양학 지침에서는 음식과 음료의 온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의 온도가 우리의 일상 건강 선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도한 냉 음료 섭취 습관은 우리의 장-뇌 축(Gut-Brain Axis)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어 장 건강 악화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습관처럼 마시는 차가운 음료 대신,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수면의 질과 소화 상태, 정서적 안정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차가운 음료 섭취량 줄일 타이밍?

결국, 이 연구는 균형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무더운 여름날의 ‘아아’ 한 잔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 년 내내, 심지어 겨울에도 얼음 가득한 음료를 고집하는 습관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평소 손발이 차거나,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불면증, 불안감을 자주 느낀다면, 습관적으로 마시는 차가운 음료의 양을 줄이고 따뜻한 차나 미지근한 물을 더 자주 마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아’를 마시더라도 얼음을 조금만 넣거나, 따뜻한 음료와 번갈아 가며 마시는 등의 현명한 선택으로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일상 속의 작은 습관 변화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의학적인 자문이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