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길었던 연휴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셨을 텐데요. 그런데 혹시, 좁은 비행기 좌석에 갇힌 듯한 답답함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긴 시간 동안 한 자세로 앉아 있다 보면 다리가 붓고 저리는 증상은 흔하게 경험하지만, 사실 이는 단순히 불편한 차원을 넘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즉 심부정맥혈전증이라는 심각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여행의 즐거움 뒤에 숨어 있는 이 위험한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


심부정맥혈전증,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의 정식 명칭은 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깊은 곳에 있는 정맥에 혈전, 즉 피떡이 생기는 현상이죠. 비행기나 자동차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들고, 이로 인해 하체로 내려간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정체하게 됩니다. 정체된 혈액은 끈적끈적하게 굳으면서 혈전을 만들게 되는데, 이 혈전이 바로 문제의 원인입니다.


더 큰 위험, 폐색전증으로의 연결

다행히도 대부분의 혈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증상이 미미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이동할 때 발생합니다. 만약 이 피떡이 폐동맥을 막게 되면 폐색전증이라는 매우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가슴 통증, 심하면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죠. 흔히 여행 중이라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다리 저림이나 부기 증상이 사실은 우리 몸이 보내는 위급한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나는 괜찮겠지? 고위험군은 특히 주의하세요

숨겨진 위험 인자들

많은 분들이 '나는 건강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심부정맥혈전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입니다. 특히 특정 조건을 가진 분들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분들이 바로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임산부: 호르몬 변화와 커진 자궁이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고령자(65세 이상):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혈류 속도가 느려지기 쉽습니다.
비만: 체내 염증 수치가 높고 혈액 순환에 부담이 커집니다.
만성질환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흡연자: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순환을 방해합니다.
최근 수술/골절 환자: 장기간 움직이지 못해 혈전 생성 위험이 높습니다.
경구피임약 복용자/여성호르몬 치료 중인 사람: 특정 호르몬이 혈액 응고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여기에 해당된다면, 여행 전부터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이 현명합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예방 가이드

1. 꾸준히 움직여 주세요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바로 움직임입니다. 1~2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내 통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동이 여의치 않다면 좌석에 앉아서라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발목 돌리기: 발목을 원형으로 돌리거나 발끝을 위아래로 당겼다 펴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발뒤꿈치 들기: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며 종아리 근육을 수축시켰다 이완시킵니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펌프 역할을 해 혈액 순환을 돕고 혈액이 고이는 것을 막아줍니다.

2. 수분 섭취, 절대 잊지 마세요

비행기 내부는 지상보다 훨씬 건조합니다. 이로 인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물을 충분히 마셔 몸의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카페인이나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탈수를 악화시키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압박 스타킹과 편안한 복장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하체 정맥에 적절한 압력을 가해 혈액이 심장으로 잘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고위험군이라면 착용을 권장하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의사와 상담 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몸을 조이는 옷보다는 헐렁하고 편안한 복장을 선택하고, 신발도 쉽게 벗고 신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여행을 위한 당부

여행의 설렘은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지만, 그 설렘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예방만으로도 충분히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질환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간단한 예방 수칙들을 기억하고 실천하여, 몸도 마음도 건강한 여행을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의학적인 자문이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