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특히 마라톤이나 울트라마라톤처럼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운동은 성취감과 함께 건강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하죠. 실제로 꾸준한 운동은 암을 예방하고, 치료 후 재발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라톤처럼 극단적인 달리기가 오히려 대장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달리기가 암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극한의 운동’과 ‘적정 수준의 건강 증진 운동’ 사이의 미묘하지만 중요한 경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운동을 사랑하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는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 볼까요?
마라톤 주자들에게서 발견된 뜻밖의 결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한 예비 연구는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꽤나 충격적인 내용을 전했습니다. 35세에서 50세 사이의 마라톤 및 울트라마라톤 주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약 15%에게서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진행성 샘종'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같은 연령대 일반인에게서 발견되는 비율(4.5%~6%)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정식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은 예비 결과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평소 건강에 자신 있다고 믿었던 장거리 주자들에게 '과연 나의 대장은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한 결과입니다. 운동이 만능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준 셈이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몸이 보내는 적신호
전문가들은 이 연구 결과를 '마라톤이 대장암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보다는, 극한의 훈련 환경이 특정 집단에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장으로 가는 혈류의 일시적 감소' 때문입니다. 장시간 격렬하게 달리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리 근육에 집중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장으로 가야 할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의학적으로 '허혈성 대장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흔히 겪는 '러너스 트롯'(Runner's Trots)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죠.
장시간 달리면서 장이 '저산소 상태'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염증이 발생했다가 다시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마치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고 치유하는 과정처럼요. 이 과정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장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이것이 결국 샘종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물론 연구에서 직접적으로 혈류나 염증 지표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가설이죠.
적정 운동은 여전히 최고의 약입니다
이 연구가 발표되면서 “그럼 이제 달리기를 멈춰야 하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연구 데이터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운동 자체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스포츠'와 '건강을 위한 적정 운동'을 구분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대부분의 운동은 우리 몸에 약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마라톤이나 울트라마라톤은 일반적인 건강 증진을 넘어선 '극한 스포츠'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약에 적정 용량이 있듯, 운동에도 적절한 강도와 양이 있는 것이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운동 후 겪는 복통, 혈변, 배변 습관의 변화 같은 증상을 단순히 '러너스 트롯'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러한 증상들이 몸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40대 후반부터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만약 당신이 고강도 달리기를 즐기면서 위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면 더 이른 시점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신중하게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운동은 여전히 우리 삶의 활력소이지만, '극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의학적인 자문이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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