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과 파킨슨병,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두 질환이 사실은 아주 밀접한 관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대사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최대 40%나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요. 이 연구는 46만 명 이상을 15년 동안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라서 더 신뢰가 갑니다. 평소 뱃살, 높은 혈압, 혈당 등 대사증후군을 방치하고 있다면 이 내용을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대사증후군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만, 보통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보면 대사증후군의 영향이 뇌의 건강, 특히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이 파킨슨병 발병률을 높이는 과학적 이유
대사증후군이 어떻게 파킨슨병과 연결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도파민은 운동 조절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이라서, 이 세포들이 줄어들면 손발 떨림, 근육 경직, 느린 움직임 같은 운동 장애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대사증후군은 이런 도파민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기전을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사증후군은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유발합니다.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 뇌 신경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뇌세포의 에너지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경세포 손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대사가 망가지면 그 여파가 뇌까지 미치는 것입니다.
숨겨진 위험 요소, 유전자와 대사증후군의 시너지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사증후군 위험 요소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파킨슨병 위험도 14%씩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허리둘레, 혈압,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공복 혈당 등 5가지 지표 중에서 해당되는 항목이 많을수록 파킨슨병 위험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발견은 유전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입니다. 파킨슨병 위험을 높이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대사증후군까지 겪게 되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무려 2.58배나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히 두 가지 질병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증후군이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내 몸의 대사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곧 파킨슨병의 잠재적 위험을 줄이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이제는 대사증후군을 퇴행성 뇌 질환의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봐야 할 때
이번 연구는 대사증후군이 파킨슨병에 대한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퇴행성 질환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식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거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파킨슨병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 구로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려 1700만 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사증후군 환자는 비환자보다 파킨슨병 발병률이 2.2배 높았고, 위험 요소가 많을수록 발병률도 비례해서 높아졌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뱃살을 줄이고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당뇨나 심장병 예방에만 그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뇌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0 댓글